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하시나요? 참, 대답하기도 지긋지긋한 질문입니다. 그는 가장 유명한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전세계의 마라톤에 참가하며, 맥주와 고양이, 재즈 애호가이기도 하죠. 그리고 방대한 티셔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he New York Times〉에서 그는 그의 티셔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일부러 모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연히 모이게 된 이 컬렉션이, 결국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드러내는 것 같아 좋다고요. 티셔츠는 본인의 ‘프리 라이프 스타일’(free-lifestyle)을 상징한다면서요. 형식적인 자리를 꺼리는 그에게 수트라고는 수 십년 전 산 보스(BOSS) 한 벌이 전부라더군요. 그렇기에 하루키에게 티셔츠는 그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입니다.

비단 하루키 뿐만 아니라, 굳이 애써 모으려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의 옷장 속에 애정이 가는 티셔츠 한 장씩은 있지 않은가요. 사실 저는 티셔츠를 보면 두근거리는 이 마음이, 마치 장난감을 보면 설레는 아이의 마음처럼 언젠가 사그라들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컵라면 없이는 장기 여행을 할 수 없는 고집 센 입맛의 어른이 되어서도 귀국길 여행 캐리어에서 빠지지 않고 사오는 수비니어는 단연 티셔츠와 레코드들입니다. 옷장에는 여전히 정체 모를 티셔츠가 많고, 특이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에게는 괜히 말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적이고도 유쾌한 에너지, 취향과 기분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