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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키델릭퍼스(The Psychedelic Furs)의 ‘Love my way’에 나오는 가사라고요.
MUGUASU
제 오른쪽 팔 타투에서 길어 올린 문장인데요. 제가 삶을 살고 싶은 어떤 태도가 있는데, 그 문 장을 뭘로 할까 하다가 발견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이 노래를 들을 때만해도 자세한 가사의 의미를 모르고 들었는데요. 타투를 새기려고 알아보다가 의미를 잘 알게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제 태도가 그런 것 같아요. 마음 가는 대로 살아왔고, 어떤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고 해도 제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선택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 새긴 것 같아요. 그게 진지하기보다는 무겁지 않은 의미로요.
P.P
사람들이 타투를 발견하고 물어볼 때 의미를 설명하면 왠지 그 마음을 스스로 다시 새기게 되곤 하잖아요. 저도 사소한 것에 감탄하는 마음으로 살자는 의미로 스물 셋쯤에 팔목에 꽃을 새겼거든요. 고등학생 때 꽃을 너무 좋아해서 별명이 ‘할머니’였거든요.
MUGUASU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새기지만, 전 어떤 다짐 같은 의미로 새긴 거거든요. 태양 모양 타투도 그렇고, 손목에 있는 안경 모양 타투도 그렇고 다 의미가 있어요. 영화 <안경>을 보고 쉼, 멍 때리기, 사색에 대한 영감을 받고 새기게 된 건데요. 평소에 저에게는 잘 안보이지만 문득 보게 됐을 때 “너 잘 쉬고 있니?” 하게 돼요.
P.P
사색과 웰빙의 아이콘 무과수의 일상에서도 방해물이 되는 요소가 있다면요?
MUGUASU
전 일을 너무 잘 벌이는 편인데요. 처음에 시작했을 때와 진행됐을 때 양이 다르잖아요. 그 생각을 여전히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숙제인 것 같아요. 재미있어서 시작해놓고 버거워할 때가 있어요.
P.P
무과수를 움직이게 만드는 감정은 어떤 게 있을까요?
MUGUASU
재미? 결국 재미가 큰 부분인 같아요. 그래서 이걸 할지, 말지 선택할 때 일단 재미 있어야 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무언가 했을 때 타인이 즐겁고 재밌는 것보다는 제가 중요해서 때때로 자기중심적인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되게 다양하고, 보통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걸 파악해서 많이 만들잖아요. 그런데 전 그런 방향이 아니라서 종종 ‘난 누굴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결국 사람들도 제가 좋아하는 걸 같이 이해하고 좋아해 주는 방향으로 가더라고요. 그게 재밌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남들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저를 위해서 하는 건데도요.
P.P
맞아요. 근데 사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거라고 했잖아요. 봉준호 감독님이요. 흐흐. 그래서 비슷한 맥락으로 하고 싶었던 질문이, 누구보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공유하고 살아오면서 누구보다 기록하는 순간의 소중함과 기록하지 않는 순간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너무 과부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도 한데, 무과수는 어떤지 궁금해요.
MUGUASU
일단 기록의 소중함은 결국에는 한 인스타그램만 10년 정도 넘게 기록을 하고 있는데 근데 확실히 예전보다는 좀 재미가 준 것 같긴 해요. 근데 재미가 줄어든건지 아니면 어쨌든 일상이라는 게 사실 특별할 거는 없으니까. 다 비슷하단 말이죠. 매일 밥을 먹고, 다를 거라고 해봤자, 근데 저는 그걸 다르고 새롭게 보면서 여전히 좋다고 10년간 기록을 하는 건데. 어떤 기록은 꼭 해야한다는 게 없어지는 거 같긴 해요. 그래서 요즘은 약간 기점에 있는 것 같단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좋은 순간은 인스타그램에 기록을 못하겠어요. 왜냐하면 할 말이 많으니까 정리를 못하겠는 거죠. 도저히 이 하나의 게시물에는 그래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고, 어떻게 보면 기록하지 못했을 때의 소중함도 있는 것 같고요.
P.P
저도 너무 공감해요. 10장에 다 담기지도 않고요.
MUGUASU
그런 것 중에 하나가 또 저는 사랑인 것 같아요. 전 너무 기록하는 게 익숙한 사람인데, 사랑은 어쨌든 하게 되면서 제일 큰 행복 중 하나가 됐는데요. 그걸 기록하는 게 어떻게 보면 이질적이기도 했고, 매번 올리는 게 순수한 마음만으로 가져갈 수 있는 건가 했을 때 어려운 지점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제 마음이 처음엔 안 그랬지만, 올리게 되면서 어떤 반응에 따라 알게 모르게 그걸 더 신경 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제 일상도 마찬가지지만, 더더욱 사랑이라는 부분은 방해 받고 싶지 않은 것도 있어서 아예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영역인 것 같아요. 어쩌면 유일한 영역? 물론 종종 한 번씩 정말 기억하고 싶거나 나누고 싶을 때 나누기는 하지만, 기본 전제는 둘만 알기 때문에 소중해지는 기록도 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죠.
P.P
둘만 알기 때문에 소중해지는 것. 기록하지 않고 남겨두었을 때 소중해지는 것들. 너무 공감해요. 인플루언서로서의 그런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은 언제죠?
MUGUASU
기본적으로 신경을 잘 안 쓰는 것 같아요. 저는 저에게 집중하는 편입니다. 저는 그리고 계속 생각하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는 그러니까 생각보다 전 대단하지 않다! 제 영향력은 별로 크지 않다!라고 자꾸 생각하려고 해요. 인플루언서로서 혹은 숫자로부터 얻는 것도 많지만 그런 것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잃었을 때 공허함을 느끼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굳이 계속 거리두기를 하려고 애쓰는 편인 것 같아요.
P.P
무과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만약에 폭파 당한다면 새롭게 만들고 싶은 계정이 있을까요.
MUGUASU
재밌다. 극단적이라고 했지만 하나도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 스타트업에서 일해와서 그런지 이 모든 게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걸 알거든요. 요즘은 그러니까 어떤 얘기를 계속 들려주고 싶긴 한데 그게 막 사람들한테 피로를 안겨주면서까지 들려주고 싶은 건 없어서. 정도와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은 어쨌든 되게 현실적인 이유도 있잖아요. 발생 되는 수입도 있고 이 세계에서 연결 돼서 이루어지는 사업도 있어서, 사실은 완전히 지금 당장 떠나갈 수는 없지만 제 마음은 쿨하게 바이하고 싶기도 해요.
MUGUASU
좀 멋진 어른들을 많이 만나게 돼서 그 분들의 꿈을 듣고 좀 띵킹 파트너(Thinking Partner)로 계속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는데요. 그게 재밌어요.
P.P
오, 맞아. 지난 번에 초대해줬던 식사 자리에서 만났던 소영 아티장님이 기억이 나요.
MUGUASU
맞아요. 그리고 최정윤 한식 연구가님도 계세요. 한식 세계화를 주도하고 계신 분인데요. 그 분이 곧 4월 말에 엄청 큰 규모로 리움에서 여는 게 있어요. 그래서 마케팅을 도와드리고 있는데요. 어찌되었든 한 신에서 업을 이룬 분들이 저에게 그런 의사를 묻는 게 신기하고 감사해요. 얼마나 유명하고 이런 것보다도 그냥 제가 흥미로운 점은 그런 멋진 어른들도 여전히 생생히 꿈꾸고 있다는 것. 그게 엄청 귀감이 돼요. 저도 계속 꿈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미 다 아는 것처럼 거들먹거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겸손하게, 순수하게, 낭만적으로 살고싶단 생각도 하고... 그런 어른들을 만나면서요. 그래서 좀 아이러니하지만,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일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일상에서 뭘 먹고 사는지 사람들이랑 눈 맞추고, 맛있는 제철음식 셰어하고 그냥 그런 순간을 많이 누리고 싶어요.
♫ ‘LOVE MY LIFE’ PLAYLIST BY MUGUASU ♫
무과수가 티셔츠를 위해 고른 문장이 포함된 곡 ‘Love My Way – The Psychedelic Furs’과 함께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나보세요.
P.P
일상의 그런 순간, 틈을 의식적으로 만들고 누리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선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사람들이랑 만나고 소박하게라도 맛있는 걸 나누고 안부 묻고 하는 시간들이 나이 들수록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MUGUASU
그래서 전 요새 두 발을 땅에 딛는 일이 재밌어요! 그러니까 이 말은 즉슨 어쨌든 나는 일도 온라인으로 거의 많이 하고 어쨌든 인스타그램도 어쨌든 온라인 세상이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정말 집에서 보드 게임 한다든지… 계속 떠나는 상상을 해요. 오프라인 세상에 비중을 많이 두고, 제 생각도, 에너지도요. 그래서 굳건히 했을 때 비로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게 극단적으로 농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어느날 오프라인 세계에서 인스타 광고 없이 살아가야 된다 했을 때 그러면은 뭘로 돈을 벌지? 뭐 이런 것들을 고민하게 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P.P
재밌는 고민이네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노트북 하나로 전세계를 다니며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대였잖아요. 근데 코로나 이후로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만나는 게 너무 귀해지고 대면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되면서 이런 고민도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재밌는 것도 많고 꿈꾸는 게 많은 무과수가 헤매는 상황이 온다면 삶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MUGUASU
엄마요. 왜냐하면 제가 기본적으로 잘 티를 내지 않는 편이거든요. 보통 알아서, 혼자 잘 해내는 편인데요. 그래도 답답할 때에는 친구보다는 엄마를 먼저 찾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 자체를 모르고 살아와서, 혼자 있을 때도 의지할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조차 안하는 편이었거든요.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는 건 괜찮은데 제가 기대는 걸 잘 못했는데 이제 짝꿍이 생겨서 한편으론 너무 든든해요. 언제든 가장 먼저 달려와줄 사람이 있다는 게 진짜 든든한 거구나.
P.P
이쯤 되면 고정 질문인데, 티셔츠를 입고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𝘼𝙗𝙤𝙪𝙩 𝙋𝙧𝙞𝙣𝙩 𝙋𝙧𝙚𝙨𝙚𝙣𝙩 𝙄𝙣𝙩𝙚𝙧𝙫𝙞𝙚𝙬
자기표현의 수단로서 티셔츠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가훈,교훈, 좌우명 같은 것들은 시대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문장, 혹은 요즘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를 이끄는 문장과 말, 단어는 존재합니다.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며, 한 권의 책이고, 노래입니다. 티셔츠이기도 하죠. 그들의 지금 이 순간을 프린팅하고,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