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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축구와 관련된 문장을 골라서 의외였고 재미있었어요. 축구로부터 동기부여를 많이 받는 편인가요?
GH
네 맞아요. 한창 졸업전시회를 앞두고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였는데요. 스스로 얕은 생각에 갇혀 살고 있구나 하고 침울하던 시기에 유튜브로 우연히 내한 공연 떼창 영상을 보았고 무언가에 홀리듯 ‘국뽕’을 검색했어요. 스크롤을 내리던 중 우연히 손흥민 선수의 중거리 골에 몇 만 명의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는 것을 보게 되었고 엄청난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 챔스리그에 빠져서 하이라이트를 무작정 찾아본 것 같아요.
P.P
처음엔 그럼 특정 구단의 팬은 아니었던 거네요.
GH
네. 근데 그러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근데 친형이 토트넘 팬이었어요. 왜 좋아하냐고 하니까, 토트넘이 서울로 따지면 저희 형제가 살고 있는 ‘도봉구’ 같은 동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친밀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2020년부터 그 이후로 삶과 디자인 커리어를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입하며 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P.P
좋아하는 구단이 토트넘이라면 좋아하는 선수는 손흥민인가요?
GH
아무래도 국내 선수 중에서는 단연 손흥민이죠. 해외 선수 중에서는 토트넘 시절의 델리 알리를 좋아해요. 패스를 많이 뿌려주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좋아하고, 그래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델리 알리는 그런 점에서 좋아했죠. 자라온 성장 배경이 거칠고 열악했음에도 훌륭하게 자라온 점도 정말 멋있어요.
➀ 토트넘 홋스퍼 FC 중앙 미드필더 덴마크 국적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선수
➁ 도자기 클래스 시간에 만든 챔피언스 리그 접시 (230*230mm)
➂생일선물로 친구에게 받은 토트넘 홋스퍼 머플러
➃ 파파존스 피자 박스 패키지. 언젠간 내 그래픽과 일러스트가 들어가서 집집마다 배달되었으면 좋겠다.
➄아끼는 모자들 (좌)Kaptial (우)Saint James
P.P
디자이너로서 롤모델로 삼고 싶은 축구선수는요.
GH
GH 토트넘의 호이비에르 선수요. 왠지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팀을 위해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본인 포지션을 묵묵히 소화하는 선수들에게 눈이 가는 것 같아요. 호이비에르가 토트넘이 침체기에 빠져있을 때 했던 인터뷰가 너무 멋있었어요. 기자 누군가가 선수한테 “감독의 전술에 문제가 있었냐”고 물었는데요. “난 우리집 청소부가 감독이 되어도 최선을 다할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삶에서 그런 태도를 가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역시 디자인에 대한 기획이 어쨌든, 클라이언트나 회사가 어찌되었든 책임감을 가지고 상황 안에서 본인의 포지션에서 능력껏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P.P
좋아하는 선수들이 모두 경환님 또래인 점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토트넘 구단 슬로건이 여러 구단 슬로건을 넣은 이유가 있을까요?
GH
앞으로 살면서 제 모든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가 리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구단이 아니라 여러 선수들의 정신과 슬로건이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로 꽤 오랫동안 일을 해왔는데요. “나에게 우승 트로피란 어떤 걸까?” “디자인이 축구라면 나의 포지션은 어디고 어떤 역할이 주어질까?” “선수들은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뛰고 있고 디자인에 있어서 승리란 어떤 걸 의미할까?” 등의 자문자답을 하며 살다보니 지치지 않고 더 재밌게 할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뭘까?” 생각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P.P
어쩌면 플레이를 같이 만들어가고 성장하는 그 서사에 동기 부여 되는 부분도 큰 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슬로건 하나만 꼽는다면.
GH
‘you will never walk alone’ 리버풀의 슬로건인데요. 우연히 리버풀의 경기를 보다가 이 리버풀 응원가가 울려펴지는 장면을 봤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인생을 살면서 힘들어지고 고달파질 때 이 문구를 생각하면 상기 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P.P
축구 선수로 살아볼 수 있다면 누구로 살아보고 싶은가요?
GH
토트넘 팬이라고 해놓고 이런 말을 하면 좀 뜬금 없을 수 있지만, 토트넘의 최대 라이벌이 아스널이거든요. 아스널 선수 ‘마르틴 외데고르’로 태어나보면 어떨까. 굳이 왜 여기 남아있으려고 하는거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순간에도 계속 남아서 팀을 성장 시키는 게 멋있어요. 캡틴을 달고, 플레이 메이킹을 하면서 같이 성장을 하는 게요.
For the champions league
To Dare is To Do
You’ll never walk alone
Foxes never give up
By skill and hard work
Pride in battle
P.P
미드필더 포지션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경환님이 실제 디자이너로서 잘한다고 생각하는 포지션은 뭔가요.
GH
캐치하는 거요. 기획 속에서 시각화할만한 요소를 잡아내서 잘 디자인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레퍼런스 흡수를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GH
정말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전 아직도 “나는 몇 부 리그의 선수일까”를 많이 고민하거든요. 발전을 많이 해야하는 3,4부 리그 선수라고 생각을 해요. 지금 1부 리그의 선수와 비교하기에 먼 것 같고. 성장형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잠재력이 있고. 빅클럽에서 “쟤 좀 데리고 훈련시켜볼까”하는 유망주 같은 선수이고 싶어요.
P.P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와요?
GH
결핍이요. 결핍된 부분을 채우고 싶다는 마음. 완벽해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가 부족할까 생각하고, 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을 축구 선수들과 비교해보곤 해요. 20대 초반에 젠틀몬스터 신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제가 갇혀 살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화려하고, 아우라가 있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마주하고나서 대학교 3학년 때까지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목공도 해보고, 이것 저것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그래픽 작업물을 하나 봤는데 너무 신선했어요. 저는 평면적으로 시각디자인을 바라봤는데 디테일이 남다른 작업물이었어요. 충격을 받고 저도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동아리를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들어봤는데 너무 마음에 안드는 거죠. “와..난 진짜 기초가 부족한 사람이구나” 절박함을 느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디자인을 했던 것 같아요.
P.P
디자인을 하는 분이니까 물어볼게요. 제일 좋아하는 유니폼 디자인은 뭔가요?
GH
전 아디다스 스폰서십이 들어간 유니폼을 좋아해요. 특히 어웨이(원정) 경기에서 입는 유니폼들의 변주가 너무 좋아하는데요. 아스날 팬들은 공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아스날 어웨이 유니폼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P.P
디자이너로서 ‘트로피’처럼 여겨지는 작업은 뭘까요.
GH
모든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 작업물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올림픽 디자인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아이덴티티 작업을 꼭 해보고 싶고요. 작업하면서 칸예 웨스트의 노래도 많이 듣는데요. 언젠가 그와 꼭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P.P
조금 더 사적인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경환님만의 위시리스트 같은.
GH
아,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파파존스 피자를 시켜먹는데요. 패키지가 정말 예쁘거든요. 파파존스에서 패키지 디자인을 맡겨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결혼할 때 제가 승리의 상징으로 들 트로피를 직접 디자인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신랑 입장곡은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으로 하고 싶네요.
𝘼𝙗𝙤𝙪𝙩 𝙋𝙧𝙞𝙣𝙩 𝙋𝙧𝙚𝙨𝙚𝙣𝙩 𝙄𝙣𝙩𝙚𝙧𝙫𝙞𝙚𝙬
자기표현의 수단로서 티셔츠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가훈,교훈, 좌우명 같은 것들은 시대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여전히 나를 움직이는 문장, 혹은 요즘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를 이끄는 문장과 말, 단어는 존재합니다.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며, 한 권의 책이고, 노래입니다. 티셔츠이기도 하죠. 그들의 지금 이 순간을 프린팅하고,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